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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s

창의특강2-뮤지컬 음악의 이해

 

일시: 2018년 10월 17일 13시~14시 30분
장소: 동국대학교 혜화별관 302호
강사: 민찬홍 작곡가

 

민찬홍 작곡가는 2005년 <빨래>로 뮤지컬 작곡을 시작한 뒤로 이어지고 있는 자신의 이력을 간단히 소개한 뒤, 이론보다는 실제적인 창작 과정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하려고 한다”면서 뮤지컬 작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창작자들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뮤지컬은 음악이 말하는 장르
광고, 연극, 국악,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작업해 본 민찬홍 작곡가는 “뮤지컬에만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나, 뮤지컬처럼 음악이 직접 스토리를 말해주는 장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뮤지컬 음악은 드라마를 전달하는 힘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음악에서 드라마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뮤지컬의 힘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본이 매우 훌륭한데 재미가 없는 경우가 이 경우이다. 반대로 음악은 굉장히 훌륭한데 재미가 없는 경우는 음악이 대본과 동떨어져 흘러간 경우이다.” 그러므로 뮤지컬 작곡은 대본의 의도를 이해하면서 대본에서 말해지지 않는 드라마까지도 전달해주는, ‘음악만의 말’을 가져야 한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작가가 대본에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채워놓았을 때 작곡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작곡할 여백이 없기에 음악이 들어갈 공간이 사라지면 대본과 음악의 싸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뮤지컬 대본은 언어적으로 약간의 생략과 압축이 필요하다. 민찬홍 작곡가는 이에 대해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뮤지컬 대본을 작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라며 작곡가와 작가 사이 의견교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본의 의도를 잘 살려주는 작곡 방법
작곡에서 대본의 리딩은 상당히 중요하다. 인물의 감정, 말의 속도, 인물의 행동 등이 중요하기에 꼭 리딩을 하며 작업해야 한다. 손드하임이 음악을 쓸 때 연출 동선을 계획해놓고 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뮤지컬 음악은 무대 언어이기에 작곡이 무대의 호흡과 동선에 대한 고려를 당연히 해야 한다. 이런 작곡 방식은 무대화 과정에서 연출가와 협의하여 수정할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덜어준다.

 

어떤 장면을 음악으로 구현할 때에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째로 대본이 A를 지시하고 있을 때, 그것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A의 음악을 입히는 것이다. 그러면 A가 강화된 A'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음악 언어는 직접 의미를 지시하지 않기에 주관적이고, 따라서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본질적으로 답을 낼 수 없다. 민찬홍 작곡가는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의 음악에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지막이 매우 슬픈 장면이었다. 그 장면의 음악을 만드는데 이 장면은 절대 슬픈 음악이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절제하며 곡을 썼는데도 배우들이 오열하느라 대사를 할 수가 없어서 음악을 못 쓰겠다는 연락이 왔라. 그래서 무미건조한 곡을 써 보냈더니 오히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곡가가 글을 쓸 때 감정을 절제하는 것과 그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매우 다른 것이며, 어떤 반응을 받을지 예상할 수 없기에 작업을 하며 데이터를 쌓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나머지 한 방법은 A라는 이야기와 상황이 있을 때 그와는 이질적인 B라는 음악을 입히는 방법이다. 그렇게 할 경우 A와 B가 충돌하면서 새로운 C가 결과로 나오게 된다. 결과물로 나온 C가 작품의 주제를 나타내야 하므로 작곡가의 많은 계산이 필요하며, 이 방법은 주로 코미디, 블랙 코미디 장르에서 많이 쓰인다. 잘 썼을 경우 걸작이 탄생하기도 한다. 민찬홍 작곡가는 자신이 본 작품 중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해밀턴>을 꼽으면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예수의 이야기를 록 음악으로 하고 있다. 예수를 인간으로 표현하면서, 그 시대의 가장 전복적인 음악을 사용하고 있기에 매우 새로운 시도이면서도 주제와 맞는 시도이다. <해밀턴>의 경우는 연설로 유명한 해밀턴에게 랩을 부여하여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캐릭터와 음악을 일치시켰다. 또 미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그 음악이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에 A+B=C가 잘 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협업은 늘 어렵지만 그 자체로 즐거운 과정
이어 민찬홍 작곡가는 자신이 뮤지컬에 참여하며 겪은 일화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좋은 작품을 사람들이 많이 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무거운 내용을 밝고 대중적인 음악 스타일로 감싸려 시도해보았던 <빨래>, 대본보다도 음악을 먼저 작곡해야 해 힘들었지만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어 볼 기회이기도 했던 <잃어버린 얼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슬픈 감정을 음악으로 살리기 위해 ‘속삭이듯’, ‘부드럽게’와 같은 지시를 많이 사용했는데 배우들이 너무나 다채롭게 해석을 붙여주어 행운이었다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상>.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롭게 부딪히는 벽들이 있어 그것을 깨어가는 과정이 지날 때는 힘들지만 돌이켜 보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민찬홍 작곡가는 “협업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각각의 케이스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랄 게 없다는 것이다. “협업과 뮤지컬 작업이 어려운데 해 보면 해 볼수록 더 어렵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어려운 게 이상한 게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과 재미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끝까지 좋은 작품을 만들어 모두 공연으로 볼 수 있길 희망한다”고 창작자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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