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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s

창의특강1 -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뮤지컬

 

일시: 2018년 9월 28일 13시 40분~14시 40분
장소: CKL 광화문 16층 컨퍼런스룸
강사: 정달영(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공연예술학과 교수)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3에서 프로그램에 선정된 창작진들을 위해 창의특강을 마련하였다. 9월 28일 창의특강에는 국내 및 해외 뮤지컬 시장 전문가를 초빙해 창작뮤지컬의 국내외 시장의 특성과 창작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물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와 뮤지컬’이라는 주제로 창의특강의 포문을 연 동국대학교 공연예술학과의 정달영 교수는 창작진에게 ‘시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평소 바다 수영으로 단련되어 한강 정도는 거뜬히 횡단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한강의 조류를 생각지 않은 채 덤벼든다면 익사할 수 있다”며 “‘시대’는 세계를 둘러싼 거대한 조류다. 아무리 창작 역량이 출중하다 할지라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작품,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작품을 내놓는다면 큰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큰 흐름은 바로 ‘제4차 산업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제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지능화’이다. 컴퓨터에 우리가 쓴 수많은 데이터, 즉 빅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시킨다. 방대한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한 컴퓨터는 이미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으로 우리에게 놀라움과 경각심을 동시에 안겨준 바 있는 인공지능(AI)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제품과 서비스에 탑재되어 ‘사물의 지능화’를 이루어낸다. 이렇게 지능화된 사물들을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상호작용 시키는 것이 바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며, 연결된 사물들은 서로 소통하여 각자 담당한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낸다.

 

‘인공지능’, ‘빅 데이터’, ‘사물 인터넷’ 같은 것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술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기술들이 IT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사람의 창의력과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창작 영역에서도 이미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접목되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의 인기작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시놉시스를 비롯한 감독, 배우의 선택 등 그 창작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례로 이미 주목받은 바 있다. 또 4차 산업 혁명의 기술이 단순히 창작 과정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 아닌, ‘창작의 주체’가 되는 사례도 왕왕 나오고 있다. 이미 2회째 개최된 KT의 ‘인공 지능 소설 공모전’이나 일본에서 선보인 바 있던 로봇 배우들이 그 예이다.

 

 

시대에서 살아남을 소재를 찾아라
이처럼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시대엔 어떤 뮤지컬을 창작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 교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뮤지컬 소재 선택에 대해 타 매체의 원작을 뮤지컬로 전환해볼 것, 발전한 기술을 소재로 차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래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할 것, 앞으로 늘어날 잠재 관객층을 고려하여 소재를 발굴할 것 등 세 가지의 조언을 남겼다. 

 

뮤지컬 <웃는 남자>와 <프랑켄슈타인>. 최근 화제를 일으킨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이다. 타 매체의 원작을 뮤지컬로 재창작하는 것은 여러 선례로 검증된 창작법이다. 정 교수가 제공한 한국경제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역대 흥행 뮤지컬 순위를 매출로 따졌을 때 상위 다섯 작품(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 위키드, 캣츠, 레미제라블) 모두가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다. 수익성도 좋다. 영화 <아바타>가 2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흥행 순위에서 4위인 뮤지컬 <캣츠>가 이미 영화 <아바타>의 매출을 상회하는 2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당시 1위였던 <오페라의 유령>은 56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정 교수는 자료로부터 5년이 지난 2018년 현재, 뮤지컬 흥행 1위는 <라이온 킹>으로 바뀌었지만 뮤지컬들 사이에서의 순위변동과 관계없이 그 수위 뮤지컬들과 <아바타> 사이의 수익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 교수는 “이것이 영화 산업과 공연 산업의 수익모델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상영되는 순간부터 영화관에서 내려올 때까지 비교적 단기간 집중적으로 매출을 올리지만 공연은 다르다. 내려갔던 작품이 재공연 되고 그 과정에서 리바이벌되기도 한다. 더 길게 내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연히 작품이 길게 살아남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커지고 원작을 가진 작품들은 그 점에 있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정 교수는 소재 발굴에 있어 “최근에는 소설뿐 아니라 웹툰이나 드라마 등 뮤지컬로 변용할 수 있는 매체의 폭이 크게 넓어졌으므로, 다양한 장르를 부지런히, 편식 없이 탐색해야 할 것”이라며 창작진을 독려했다.

 

이어 정 교수는 “한때는 예술이 기술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었다”고 운을 떼었다. 로켓의 아버지, 로버트 고다드의 로켓 발명은 그가 즐겨 읽었던 쥘 베른의 소설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쥘 베른은 『80일간의 세계일주』와 『해저 2만리』 등의 작품으로 과학 소설 분야를 선도했다. 그는 비행기나 잠수함, 우주선이 없던 시대에 하늘, 해저, 우주여행을 글로 썼고, 그의 꿈에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덕분에 그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정 교수는 “이처럼 예술에는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면서 기업과 정부가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거나 미래를 위한 구체적 도구로 예술을 이용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 교수는 현재 선정작 대부분이 복고적인 소재를 채택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정 교수는 최근 창작되는 작품들을 보면 창작자들이 너무 ‘잘 팔리는 작품’을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창작진들에게 “상상력을 펼쳐 쓰고 싶은 것을 쓰라”고 조언하였다.

 

 

정 교수는 화제를 돌려, 이번엔 창작진에게 ‘뮤지컬의 주 관객이 2~30대 여성인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뮤지컬이 판타지적 성격이 강한 장르이기 때문에, 배우의 영향으로, 여가가 많기 때문에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으나 정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현재 뮤지컬 시장에서 2~30대 여성 관객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해 제작사와 작가들 역시 2~30대 여성층을 겨냥한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이다. 즉, 2~30대 관객층 외의 관객들을 타깃으로 한 작품들이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의견이었다.

 

정 교수가 제공한 인터파크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공연된 2,538편의 뮤지컬 중 아동·가족극이 전체의 73%를 차지하는 반면 성인극은 27%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 한국의 상황상 아동·가족극의 수요가 차츰 줄어드는 반면 2018년 현재 기대수명은 142세까지 치솟아 장·노년층 관객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교수는 장·노년층이 즐길 수 있는 <맘마미아!>와 <친정엄마와 2박 3일>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을 예로 들면서 인구 구성이 바뀌는 것을 고려하여 “레드 오션에 매달리기보단 블루 오션에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아까는 쓰고 싶은 것을 쓰라고 했다면 이번에는 수요에 맞춰서 쓰라는 이야기”라며 창작진들에게 좀 더 다양한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창작을 제안하는 것을 끝으로 정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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